주류 경제학자들은 우파일까?
과거 고전파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경쟁하던 19세기까지 통할 수 있는 논리일 수 있지만, 현대에는 주류신고전파=우익, 비주류 경제학=좌파의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과거 주류 경제학이 자유주의를 따랐을 때 학계 전체에 보수적 측면이 있었고, 이를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대립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이 공식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전 경제학을 편찬한 존 스튜어트 밀은 부의 생산에 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분배에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할 것을 주창했습니다.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대륙 지역에서는 고전경제학과는 별개로 좌파를 막론하고 역사학파가 강했습니다.
그들 모두는 주변 혁명 이후 주류 전파를 포기했습니다. 초기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중에는 사회주의에 호의적인 사람이 많았습니다. Leon Bala는 토지와 자원의 국유화를 주창했고, Oscar Lange는 신고전주의 이론에 입각한 사회주의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현대에는 중립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ngus Deaton, Paul Krugman 및 Joseph Stiglitz와 같은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 일부는 다소 진보적입니다.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모두 좌파라고 주장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내에는 김하성 장하준 홍기빈 등 비주류 경제학자가 많은데 비주류 경제학자 중 좌파 경제학자만 보수적 경제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물론 자유주의적 마르크스주의와 생태경제학은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에 속하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자유기업은 보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을 모두 아우르는 오스트리아학파에 속합니다. 이처럼 비주류 경제학 전체가 좌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파가 모두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지지하고 좌파가 마르크스주의나 비주류 경제학을 지지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익이라도 성향에 따라 신공산주의를 지지할 수도 있고, 오스트리아 학파를 지지할 수도 있고, 다른 학파를 지지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자유주의와 공화당의 자유주의 정치인들은 오스트리아학파를 지지했고, 한국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수출지향적 경제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반대로 좌파도 마르크스주의나 비주류 경제학만 지지하고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멀리하지 않습니다. 유럽 사회민주당은 케인즈 경제학에 입각한 복지국가, 노사협력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소련에서는 니콜라이 부하린이 신고전학파 이론에 입각한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았고, 스탈린 이후에도 마르크스의 경제학을 사상교육에 활용했지만 관료들은 신고전학파 이론에 입각한 일부 모델을 차용해 경제계획을 세웠습니다.